"친환경 제품 돈 들여 썼더니 소각"…환경정책 엇박자

땅에 묻으면 '생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사용 증가
처리 매뉴얼 없어 대부분 소각 또는 재활용으로 분류
지자체는 매립 줄이고 소각 확대…환경 정책 엇박자
전문가 “생산부터 처리까지 통일된 친환경 정책 필요”
  • 등록 2021-07-05 오전 5:50:00

    수정 2021-07-05 오전 5:50:00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정부가 ‘탈(脫)플라스틱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중인 친환경 플라스틱 권장 정책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을 처리하기 위한 적정 매뉴얼이 없어 일반 플라스틱 제품처럼 소각되거나 재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땅에 매립하면 생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의 특성상 사용과 처리를 위한 적정 매뉴얼이 필요하다며 일반 플라스틱처럼 소각 처리될 경우 환경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생분해가 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은 재활용이 아닌 일반 쓰레기통에 버려도 된다.(영상=이상원 기자)
매립 전제인 친환경 제품, 대부분 소각되는 현실

지난 2일 기자가 A 폐기물 수거업체를 방문해 친환경 플라스틱 컵을 보여주니 직원들은 이 컵을 바로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류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따로 분류하라는 지침은 없었다”며 “분류하더라도 수거하기 바쁜데 그거 확인할 새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애써 친환경 플라스틱을 사용한 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시 은평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1)씨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일반 쓰레기봉투에 버리면 매립 절차 없이 결국 대부분 소각된다니 황당하다”며 “환경을 위해 모든 테이크아웃 컵을 3배 더 비싼 친환경 제품으로 바꿨는데 쓸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근무하는 이모(27)씨는 “모든 컵을 친환경 컵으로 바꿨는데 소비만 친환경이지 처리는 전혀 친환경적이 아니라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탈 플라스틱’은 올해 정부 주요 사업 중의 하나다. 환경부는 작년 12월 커피전문점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 및 음식물 배달 플라스틱 용기 두께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생활 폐기물 탈 플라스틱 대책’을 발표, 지난 1월부터 ‘생활 속 탈 플라스틱 실천 운동’을 전개 중이다.

하지만 땅에 매립하면 자연 분해돼 ‘일반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떠오른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은 처리 과정에서 별도의 매뉴얼이 없어 일반 플라스틱처럼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종로구 관계자는 “현재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 분류는 따로 하지 않고 관련 매뉴얼이나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량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분리해 배출하지 않는 것 같다”며 “소각시설에 가도 이를 따로 매립하기 위해 봉투를 다 뜯어서 일일이 확인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환경부에서도 관련 지침은 아직 없었다”고 밝혔다.

친환경 강조하는 환경부, 정작 친환경 제품 쓰레기 처리는 미흡

서울시 종로구 쓰레기 처리 대행업체의 한 환경미화원이 혼합 쓰레기봉투를 뜯어 플라스틱 양을 확인하고 있다.(사진=이상원 기자)
게다가 2026년부터 ‘수도권 직매립 폐기 금지’ 방안이 논의되면서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들은 모두 소각장으로 갈 상황에 처해 있다.

환경부는 지난 2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2026년부터 금지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개정안과 관련해 지자체는 논의 단계에 있으며 구체적인 직매립 금지 시기는 오는 7월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관계자는 “생분해성 폐기물 확대는 소각을 늘리는 서울시와의 방향과는 맞지 않아 이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검토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탈 플라스틱’ 캠페인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의 소비와 처리가 일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찬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생산방식부터 소비, 처리과정까지 일관성 있게 완결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배출하는 플라스틱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친환경 표시’를 분명히 해주고 소비자에게도 꾸준히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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